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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이야기/Person

‘봉이 김선달•김삿갓 합친 아이디어맨’ - 윤선달 삼성와이즈 대표

‘봉이 김선달·김삿갓 합친 아이디어맨’ - 윤선달 삼성와이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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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골프에 미쳐 3개월 만에 싱글이 됐다. 그런데 스코어로 싱글이 아니라 집에서 쫓겨나 화려한 싱글이 됐다고.

“골프에서 ‘무지개 매너’를 아시는지. 자신이 잘못하고선 캐디를 나무라는 골퍼의 매너를 가리키는데 무지개(rainbow)처럼 아름다운 매너가 아니라 무지 ‘개’같은 매너라는 의미….

최근 출간된 ‘Fun & Joke 알까기골프(선암사)’의 내용 일부다. 이 책은 골프 에티켓, , 상식, 용어 등 골프와 관련된 내용뿐만 아니라 조크 등 골프의 재미를 배가할 수 있는 비법을 담고 있어 골프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늘집이나 시상식에서 사용할만한 건배 구호 16선도 들어 있다. 골프 뒤풀이나 회식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건배사를 요청 받았을 때 당황하지 않고 써먹을 수 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윤선달(47) 삼성와이즈 사장이다. 윤선달은 개그맨 전유성 씨가 지어 준 필명이다. 본명은 윤복현이지만 그는 어디서나 윤선달로 통한다.

3000
명 인맥 비결은 남에 대한 배려

이 책이 화제를 모으는 까닭은 재미도 재미지만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이 책의 추천사 표지만화 등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바둑황제 조훈현 씨를 비롯해 국민 만화가 이현세 씨, 스포츠 평론가 허구연 씨, 시니어 프로 골퍼 최윤수 씨, 그리고 ‘재미있는 라디오’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맨 최양락 씨와 골신(골프의 신) 이경규 씨, 이종희 대한항공 총괄 사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추천사나 표지만화 협찬 등을 통해 책 제작을 도왔다. 바둑은 알까기와 관계가 있는 두뇌 스포츠이고 야구의 묘미 가운데 하나가 알까기이며 최양락 씨는 ‘알까기 바둑’의 원조라는 점에서 알까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책 자체보다도 저자 자신이다. 그는 일본어 영어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데다 바둑 아마 2단의 실력에 삼성화재 테니스 선수와 볼링 고수, 저술가, 인맥 관련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에겐 ‘마당발’, ‘명간사(名幹事), ‘아이디어 맨’ 등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삼성화재에서 25년 동안 근무한 뒤 영업 현장 경험도 없이 3년 전 독립했는데 지금은 삼성화재 외에도 삼성증권, 서울보증보험 등의 종합 금융 컨설팅은 물론 삼성네트웍스의 인터넷 전화 대리점인 삼성와이즈() 대표를 맡아 사업 능력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 덕분이다. 그가 이런저런 연유로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끈끈한 인맥을 맺고 있는 사람만 줄잡아 3000명이 넘는다. 책 출간 때 거물급 추천인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이런 인맥 덕분이다.

지난 7 21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는 추천사를 써준 사람들은 물론 자원해서 사회를 본 개그맨 김종석 씨와 축가를 부른 이무송 씨를 비롯해 탤런트 신충식(전 한국연기자협회 이사장) , 신상호 대중가요협회 회장, 이의근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전 경북도지사), 정동진 전 삼성라이온즈 야구감독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한 사람을 알면 그로부터 다른 사람을 소개받아 또 다른 인맥을 만든다. 인맥도 ‘알까기’를 하는 것이다. 보통 일반인들은 특정 분야의 사람들과 주로 교류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윤 사장의 네트워크는 교육계 연예계 정치인 공무원 법조인 언론인 외국인 등 다양하다. 현재 간사를 맡고 있는 모임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이들 모임의 전체 회원 수는 2만여 명에 이른다.

그의 인맥 만들기 비법은 무엇일까. 그는 “주는 즐거움, 베푸는 즐거움, 남이 잘되게 하는 즐거움을 생활화하는 것”이라고 요약한다. 거기에 유머 감각을 가미해 좌중을 즐겁게 만드는 노하우가 곁들여 있다. 그 바탕에는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깔려 있다. 윤 사장은 “모임에 참가할 때는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늘 생각한다”며 “그것이 모임을 활성화한다”고 설명한다. 간사를 맡은 모임이 많다 보니 직접 참석해야 할 경조사도 많다.

‘일본어 연상법’으로 대박 터뜨리기도

경북 칠곡 출신인 그는 가정 형편상 상고(대구상고)를 진학한 뒤 고등학교 3학년 때 삼성 공채로 입사해 삼성화재에서 줄곧 근무했다. 삼성이 7·4(7시 출근, 4시 퇴근)를 실시하자 늦깎이로 국민대 야간부에 진학한 뒤 고교 졸업 후 약 20년 만에 대학 졸업장을 받아들기도 했다. 내친김에 연세대 경제대학원까지 마쳤다. 그는 삼성 근무 중 일본에 파견돼 연수를 받은 것을 계기로 일본어 공부를 본격화했고 이를 발판으로 재미있게 일본어를 배울 수 있는 책을 내기도 했다.

그가 일본어 책을 내겠다고 하자 지인들은 핀잔을 주기도 했었다. ‘일본어 전공자도 아닌 주제에 무슨 일본어 교본이냐면서’. 하지만 생활 속의 용어와 연상법 등으로 일본어를 쉽게 익힐 수 있는 ‘알까기 일본어’를 펴내자 2만 부 이상 팔리는 대박을 기록했고 이 책은 스포츠신문에 15개월간 연재되기도 했다.

이 책은 예컨대 ‘엉덩이가 시리(일본어)다’, ‘백합은 유리(일본어)같이 맑아’, ‘미나리 먹고 힘낸 세리(일본어)’ 등의 연상법과 ‘앗사리(깨끗이, 담백하게) 내가 살게’, ‘반카이(挽回)하려면 아직 멀었어’ 등 음식명, 스포츠, 브랜드, 간판, 인명, 지명, 비속어 등에 숨어 있는 용어를 통해 일본어를 쉽게 익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일본 지역 전문가로 20개월 일본에 근무한 뒤 일본어 검정 1, 일본어 회화 1등급을 취득했고 이때 배운 일본 노래가 100곡이 넘는다.

그의 취미와 특기도 다양하다. 회식 장소에서 분위기에 맞는 시나 한시(漢詩) 읊기를 좋아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고사 성어를 구사한다. 무엇보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유머 감각. 개그맨을 능가할 정도로 순발력 있는 위트와 유머로 분위기를 주도한다.

음식점 이름이나 기업 광고 등 브랜드 마케팅에서도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청 부근의 한 음식점 이름을 충무집에서 ‘싱싱海() 충무집’으로 바꿔주기도 했다. 그 음식점은 이름 덕에 매출이 서너 배 이상 늘었다.

‘맛집’ 등 부담 없는 선물이 윤활유

그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 있다. ‘주요 맛집 200선’을 지역별·메뉴별, 골프장별로 포켓용으로 간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으로부터 호응을 얻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그는 3년 전 독립해 삼성화재 삼성증권 서울보증 등 금융 대리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2월에는 삼성와이즈를 설립하기도 했다.

골프 책을 낸 계기도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지난 2월 잘 아는 선배들과 골프를 했는데 매홀 유머로 동반자들을 즐겁게 해주자 아예 골프 유머를 엮어 책으로 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됐다”고 설명한다.

당초에는 50페이지 정도의 소책자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눠줄 생각을 했으나 점차 양이 늘어나면서 아예 단행본을 발행하게 된 것이다. 그는 “골프 후 그날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드와 유머를 후일담으로 작성해 동반자들에게 e메일로 보내주고 각종 모임의 홈페이지에도 올리곤 했는데 이 자료들이 책 발간의 귀중한 자료가 됐다”고 설명한다.

이 책도 네트워크와 펀(fun)이 결합된 제품인 셈이다. 표지 만화는 이현세 씨로부터 도움을 받았는데 원래부터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우연히 골프장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절친한 선배로부터 이현세 씨를 소개받아 처음 인사를 드렸고 이를 계기로 추천 만화 한 컷을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고 설명한다.

그의 필명 윤선달은 봉이 김선달에게서 따온 것이다. 봉이 김선달의 아이디어와 김삿갓의 풍류를 가미한 것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며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려는 ‘21세기형 디지털 아이디어 맨’이다. 그의 알까기 시리즈가 또 어떤 알을 깔지 관심을 모은다.

약력: 1961년생. 80년 대구상고 졸업. 99년 국민대 경영학과 졸업. 2002년 연세대 경제대학원 경제학 석사. 1979~ 2005년 삼성화재 근무(경리팀 인사팀 차장 감사팀 지원반장 등). 2005년 행복한 하루(삼성화재, 삼성증권, 서울보증 대리점) 대표(). 2008년 삼성와이즈 대표(). 저서: ‘알까기 일본어 1, 2탄’ 등.

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

 

 

출처 : 한국경제 매거진